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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09.21 16:12

소나무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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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는 품격이 높은 나무이다. 늙을수록 기품이 나는 나무이다. 일본 사람들도 역시 소나무를 좋아한다. 이름난 일본 정원에 가보면 어김없이 수백 년 된 소나무들이 서 있다. 교토에 가면 1600년대 초반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숙소로 지은 성(城)인 니조조(二條城)의 정원이 볼 만하다. 이 정원에 그리 크지 않은 250㎝ 높이의 소나무들이 대략 백여 그루 남짓 정원에 가득 차 있었던 장면이 인상적이었다.


수령은 어림잡아 300~400년쯤 되어 보였다. 쇼군이 머물렀던 일급 정원의 중심 나무는 소나무였던 것이다. 그런데 니조조 정원의 소나무들은 구로마쓰(黑松)였다. 일본 사람들은 몸체가 약간 검게 보이는 흑송을 좋아한다. 대부분 일본 정원의 소나무들은 흑송이다. 한국에서는 흑송을 ‘곰솔’이라고 부른다. 주로 해안가 지역에 서식한다.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 적송(赤松)을 좋아한다. 적송이 가장 품격 있게 자라는 장소가 최치원이 신선이 되어 몸을 감춘 합천 가야산(伽倻山)이다.


가야산 해인사 뒤쪽의 그 고풍스런 소나무들은 거의 적송이다. 일본에서는 적송을 ‘아카마쓰(赤松)’라고 부르는데, 흔히 구로마쓰는 남자에 비유하고, 아카마쓰는 여자에 비유하기도 한다. 일본 토양에는 흑송이 맞는 모양이다. 내가 보기에 흑송은 칼을 든 무인(武人)의 위엄이 있고, 적송은 붓을 든 문사(文士)의 기품이 우러난다. 한국은 문사의 나라였으므로 적송을 선호하지 않았을까.

소나무의 품격을 좀 더 따지고 들어가면 그 위치도 중요하다. 평지에 있는 소나무는 아무리 고송(古松)이더라도 강렬한 느낌이 덜하다. 풍파 없이 편안하게 살아온 것 같아서이다. 바위틈에서 고생하며 자라고 있어야 강한 인상을 준다. 소나무는 산자락 끝 기운이 뭉친 곳에 자리 잡아야 명품이다. 그리고 그 끝자락이 되도록이면 바위로 되어 있어야 한다. 바위의 넓이도 20~30명이 앉을 수 있는 너럭바위로 되어 있으면 좋다. 그러면 기운이 짱짱하다. 이 너럭바위를 냇물이 휘감아 돌아야 한다. 물이 감아들어야 머리를 식혀주면서 풍류심(風流心)이 생기기 때문이다. 보름달이 떴을 때 이런 바위에 앉아서 소나무를 바라볼 수 있으면 신선이 따로 없다.

출처/ 시사저널 조용헌살롱 2008.02.02
글/ 조용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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